I. 서 론
최근 성장하는 위성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 수요 위주이던 관측 위성 시장이 민간의 수요와 참여로 전환되고, 저궤도 군집 위성통신 서비스의 등장으로 지구 상공을 공전하고 있는 위성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로써 전파 관리 대상 또한 비정지궤도 위성 위주로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민간 사업자들이 발사한 관측 위성들의 증가와 비정지궤도 군집 위성통신 시스템의 도입이 포함되어 있다. 기존과는 다른 전파 환경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각 위성망의 특성에 따라 전파 관리 제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II. 위성전파 환경 개요
위성망은 그 궤도 위치에 따라 정지궤도 또는 비정지궤도로 분류된다. 정지궤도 위성은 원형의 순행궤도가 지구의 적도 평면상에 있어 지구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고정되어 머무르는 상태를 유지하는 위성을 말하며[1], 비정지궤도 위성은 정지궤도를 제외한 다른 궤도를 사용하는 위성을 말한다.
정지궤도위성과 비정지궤도 위성은 운영 특성에 따라 전파 관리 특성이 달라진다. 정지궤도 위성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정지궤도 위성은 적도 평면 기준 약 35,786 km라는 특정 고도와 위치를 사용하며, 인접 궤도에서 주파수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궤도의 이격이 필요하다.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 표면 기준 고정된 지점에서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반면에 비정지궤도 위성은 주로 위성에서의 송신 시간에 차이를 두어 주파수를 공유하며, 1기의 위성으로는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하다. 최근 등장한 저궤도 군집 위성통신 시스템은 여러 기의 위성 간 핸드오버 기술로 24시간 통신 링크를 유지하기도 한다.
전파 관리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정지궤도 위성에 설치된 우주국은 지구 표면 기준 특정 고정 지점에 설치되어 운영하는 무선국, 비정지궤도 위성에 설치된 우주국은 불특정 지점에 설치되어 운영하는 무선국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정지궤도 위성과 비정지궤도 위성 간의 특징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지난 7년 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등록되는 위성망의 수는 그림 1과 같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비정지궤도 위성망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2].
그간 국내에서는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주로 대부분의 위성을 운영하여 왔다[3].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는 민간 우주업체 루미르의 ’LUMIR-T1’, 져스텍의 ’JAC’,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4], 나라스페이스의 ’Observer-1A’[5], 컨텍의 ’ContecSat-1’[6]이 발사되었다. 또한, 국내의 ’무궁화’ 위성 시리즈와 중첩되는 주파수 Ku 대역을 사용하는 저궤도 군집 위성통신 시스템인 ’Starlink’[7]와 ’Oneweb’[8]의 국내 주파수 사용이 임박했다.
이와 같이 비정지궤도 위성망 사용 환경이 과거와는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주로 관측 위성이 데이터 다운로드용으로 사용하는 X 대역과 광대역 통신시스템용 Ku 대역은 국내에서도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여러 사업자가 중첩하여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가한 위성 전파 수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혼신이 발생하면 데이터 전송의 품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 임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민간의 위성망 확보 수요가 증가하였더라도 이는 대부분 임무 기간이 길지 않은 큐브위성 또는 소형위성에 해당하여 기존 정지궤도 위성망에 적용되던 국제등록 제도를 그대로 적용할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맞는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III. 국외 비정지궤도 위성망 규제 현황 분석
ITU와 몇몇 주요 국가에서는 정지궤도와 비정지궤도 위성망을 구분하여 규제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정지궤도에 비해 차이를 두고 있는 비정지궤도 위성망 규제를 중점으로 다룬다.
ITU는 전파규칙(RR)에 따라 위성망의 조정, 통고, 국제주파수등록원부(MIFR) 등재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이하 국제등록이라 한다.)
전파규칙에 따르면 정지궤도 위성망과 달리 비정지궤도 위성망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규정이 적용된다. 비정지궤도 위성 시스템은 전파규칙에서 명시하지 않는 한 전파규칙에 따라 운용하는 고정위성업무와 방송위성업무의 정지궤도 위성 시스템에 용인할 수 없는 간섭을 주어서는 안되며, 또한 보호를 요청하여서도 안된다.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정지궤도 위성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등가전력속밀도(e.p.f.d.)를 준수해야 한다[1].
다음은 위성사업자의 위성 운영 편의성을 위해 조정이 필요하지 않거나, 국가에서 국제등록이 시급하다고 판단하는 위성망의 경우 간소화 제도를 도입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ITU는 단기 임무 위성망의 절차 간소화를 위해 전파규칙 제5조와 제11조를 개정하고, 결의 32에 따라 전파규칙 제9조 제II절(조정)의 적용 대상이 아닌 단기 임무로 식별된 비정지궤도 위성망을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통고서 접수 가능일을 사전공표자료 공표일 이후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였고, 사전공표자료의 공표 기한을 완전한 자료 접수 이후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하였다. 해당 위성망은 주파수 사용 기간이 3년을 초과하거나 위성망의 총 위성 수가 10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1],[9].
단기 임무를 가진 비정지궤도의 소형위성들은 수명이 짧아 면허기간이 길게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위성의 스케줄링을 통해 주파수 공유가 비교적 수월하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위성망과 관련한 간소화 제도를 마련하였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성장하는 상업용 소형위성 시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규모 임무를 가진 소형위성의 승인 신청에 간소화 규정(47 CFR § 25.122, 2019년)을 신설하였다. 소형위성 우주국의 간소화된 규정을 적용받고자 하는 시설자는 표 2의 주요 조건을 만족하여야 한다. 특히, 이러한 유형의 주파수 면허 승인 신청 시에는 현재․후발 사업자 모두와 주파수를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을 설명하도록 했다[10].
중국의 산업정보기술부(MIIT)는 항공우주 산업의 발전에 따라 위성 주파수 및 궤도 자원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위성망 국제등록의 간소화 규정을 마련했다(위성망 국제 신보 간이 절차 규정, 2019년). 위성망 국제등록의 간소화 대상은 주로 위성망 확보가 시급하거나 임무 기간이 짧은 소형위성 위주다. 또한, 이들은 모두 비계획(non-planned) 대역이어야 한다. 중국의 위성망 국제등록 간소화 절차는 표 3의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는 경우 적용된다. 원래의 국제등록 절차에 비해 ’간이 절차 규정’을 적용받는 위성망은 ITU에 직접 신청이 가능해져 절차가 크게 간소화되며, 위성 운영도 용이해진다. 그러나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국제등록을 추진하더라도, 원래 정해진 절차에 따라 국내 조정 및 필요한 국제 조정을 완수하여야 한다[11].
통상적으로 광대역 통신용 위성 시스템은 고정위성업무(FSS)에서 군집을 이룬 비정지궤도 위성으로 운영된다. 고정위성업무대역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비정지궤도 군집 위성통신 시스템들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간의 긴밀한 주파수 공유와 사업자 간 협의가 필요하다.
ITU는 대규모 군집 위성 시스템이 7년 이내에 모두 구축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상황을 고려하여 관련 규정을 개발했다. 해당 주파수를 사용하는 군집 위성 시스템은 각 단계별로 구축되어야 하며, 각 단계의 현황을 국제주파수등록원부에 등재해야 한다(1단계: 2년[10%], 2단계: 5년[50%], 3단계: 7년[100%])[1],[9].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는 비정지궤도 위성망 고정위성업무(NGSO FSS) 시스템의 공정한 경쟁과 공존을 보장하기 위한 처리 라운드 절차를 채택하였다(FCC 47 CFR § 25.261). 이 규정에 따르면 비정지궤도 위성망 고정위성업무 주파수 면허 사용자와 시장 접근 수혜자(market access recipients)는 처리 라운드 상태에 관계 없이 공통적으로 승인된 주파수의 사용에 대해 성실하게 조율할 의무가 있다. 해당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시스템 간 간섭으로 인해 공동으로 승인된 주파수 대역에서 어느 특정 지구국 수신기 또는 우주국 수신기의 시스템 잡음 온도 증가율(ΔT/T)이 6 %를 초과하는 경우, 각 시스템은 그 위성망이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의 1/n을 선택해야 한다[12].
영국의 오프콤(Ofcom)도 광대역 비정지궤도 위성통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시스템 간의 공존을 보장하기 위해 비정지궤도 위성망 고정위성업무(NGSO FSS) 시스템의 승인 절차를 개선하였다. 개선된 면허 신청 절차에 따르면 비정지궤도 위성망의 면허 신청이 접수되면 오프콤이 초기 검토 후 20일 간의 의견수렴을 수행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서비스 이용자가 경험하는 품질과 시장 경쟁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고 면허를 부여할 수 있다[13]. 오프콤에서 해당 규정을 적용하는 대역은 표 4와 같다.
IV. 정지/비정지궤도 위성망 관련 전파법 및 기술기준 현황 분석
앞서 살펴본 제도 개선의 사례들은 여러 가지 비정지궤도 위성망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개선 필요성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국내 위성망 간 조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민간사업자들이 활발히 진입하고 있는 비정지궤도 위성망의 관리가 중요해졌다[3]. 국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위성주파수 수요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위성망을 확보하고자 하는 수요는 주로 국내 위성 사업자들의 큐브위성과 단기 임무 관측 위성인 반면, 해외의 위성망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전파를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글로벌 광대역 위성 통신 시스템이다.
우리 전파법은 2000년 4월 전부 개정을 통해 위성궤도 및 주파수의 국제등록, 위성망의 혼신조정 및 우주국의 개설조건 등 우주통신을 하기 위한 절차를 제도화하였다(전파법 제38조 내지 제44조). 이 당시는 우리별(1-3호), 무궁화(1-3호), 아리랑(1호) 등 정부 주도의 위성만이 존재하였다. 또한, 위성망 국제등록 규정은 위성주파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ITU에 위성망을 국제등록하게 되어있으나, 현행 법률에 없는 내용을 보완하고자 개정된 것이었다. 그 이후 위성주파수 및 우주국 등의 이용 활성화와 국제등록 유지를 위하여 위성주파수 이용권 및 우주국 무선설비를 각각 양도 또는 임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항을 추가한 것 이외에 큰 틀에서는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전파법 제41조 내지 제42조의2)[14]. 현재 당면한 민간 기업 주도의 위성사업(뉴스페이스)과 위성망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동향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비정지궤도 위성망에 대해 특수한 규정을 둔 사례도 있다. 기술기준에 따르면 우주국의 설치장소(궤도위치)는 관제설비에서 원격조작에 의하여 변경할 수 있어야 하나 비정지궤도위성에 대해서는 예외이며, 전력속밀도(PFD)의 허용치를 비정지궤도의 경우, 별도로 전파규칙 등 관련 국제 협약에 따르도록 규정되어 있다[15]. 이미 일정 부분 정지궤도와 비정지궤도 위성망을 구분하여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외에서는 ① 위성의 크기와 질량, ② 위성의 수명, ③ 주파수 대역, ④ 위성 시스템의 임무 등의 종합적인 조건을 고려하여 제도에 적용하였다. 또한, 그 취지가 간소화인지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제도가 명확히 구분되었음을 확인했다. 즉, 해외의 규제기관들은 단순히 정지궤도․비정지궤도로 구분하여 제도를 정하기보다는 위성망 또는 시스템의 특성에 따라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V. 결 론
앞서 살펴본 대로 각 위성 시스템별 전파 관리 환경과 임무 특성이 달라, 정지궤도와 비정지궤도 위성망을 법제도 상으로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게 제도를 변화시켜왔다. 우리나라의 위성망 관련 미래 전파 관리 정책도 정지궤도 위성망과 비정지궤도 위성망의 구분만이 아니라, 그 시스템의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되어야 한다. 우리 위성 기술과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고, 사업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의 규제 정책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여러 위성 주파수의 사용이 공존하기 위해 사업자 간 조정 및 협의 절차를 신설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는 위성의 국가 임무 수행 여부 및 다른 정지/비정지궤도 위성과의 우선순위가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광대역 통신용 위성 시스템은 그 조정이 더욱 긴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주파수의 사용에 앞서 조정 합의서 제출을 의무화하거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수명이 짧은 위성망에 대해 간소화된 규정을 국내에 도입하고자 한다면, ITU(operational lifetime), MIIT(in-orbit working time), FCC(in-orbit lifetime)가 위성의 수명 또는 위성주파수의 사용 기간을 의미하는 용어를 각각 다르게 사용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제도를 적용받는 사람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한 정의를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