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과 사무실에 IEEE 802.11 표준을 기반으로 한 무선랜(wireless local area network, WLAN) 중계기가 설치되어 있다. 2000년대 초반 IEEE 802.11b를 기반으로 한 무선랜 통신의 최대 데이터 전송량은 5 Mbps 정도에 불과했으나 20여년이 지난 현재, 주력 표준인 IEEE 802.11 ax(Wi-Fi 6) 기반 데이터 전송량은 최대 9,000 Mbps에 이른다[1]. 현재 시중에 출시된 대부분의 무선랜 중계기는 비면허 주파수 대역인 2.4∼2.48 GHz와 5.15∼5.82 GHz에서의 무선통신을 지원하고, 안테나가 4개 설치된 제품이 주를 이룬다. 그림 1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무선랜 중계기의 사진으로, 4개의 막대 형태 모노폴 안테나(monopole antenna)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2]. 이 중 2개는 2.4 GHz 대역, 나머지 2개는 5 GHz 대역 다중안테나(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MIMO) 통신용으로 구성되어 있다[3].
이처럼 중계기로부터 돌출된 형태의 모노폴 안테나가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지향성 방사패턴(omnidirectional radiation pattern)이 전방향 통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4]. 즉, 통신하는 단말기(스마트폰, 노트북 등)가 어느 위치에 있어도 중계기와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전방향 커버리지 통신에 유리하다. 하지만 본체에 비해 큰 안테나 크기(이상적인 길이 0.25 λ0, λ0는 공기 중의 파장)는 중계기 설치 자유도를 제약하고 쉽게 파손될 우려가 있으며, 제품의 심미성을 저해한다.
다른 무선통신기기에 많이 사용되는 평판형 패치 안테나(patch antenna)는 높이가 낮고(low-profile) 인쇄회로기판(printed circuit board, PCB) 기술을 이용하여 손쉽게 구현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기판으로부터 수직인 방향으로 방사하는 지향성(directional radiation pattern)을 가져 전방향 통신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 평판형 구조임에도 무지향성 방사 패턴을 보이는 패치 안테나로 단락형 패치 안테나(shorted patch antenna)가 있다. 프랑스의 Delaveaud에 의해 제안된 안테나[5]로 0.06 λ0 높이의 평판형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전방향으로 방사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 안테나의 원리는 평판의 아래쪽 접지면과 위쪽 방사면을 여러 개의 단락핀(shorting via)으로 연결하여 단락핀에 강한 고주파 전류를 유도하는 것이다. 안테나의 급전부(feed)에 흐르는 전류와 단락핀에 유도된 전류가 동위상(in-phase)이 되도록 설계함에 따라 모노폴과 유사한 무지향성 방사패턴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 이후 다양한 단락형 패치 연구사례가 발표되었으며[6]∼[8], 최근 이종 PCB를 접합한 구조의 무선랜 통신 대역에서 동작하는 차량 탑재용 단락형 패치 안테나가 소개되었다[9]. 원형 패치와 링구조를 적층하여 2.4 GHz와 5 GHz에서 이중공진을 유도하고 단락핀을 중간층에 무지향성 방사패턴을 발생시키고 대역폭 확장을 꾀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참고문헌 [9]의 다층 PCB 구조를 차용하여 무선랜 중계기에 실장할 수 있는 단락형 패치 안테나를 제안한다. 넓은 금속면을 가진 차량에 실장하는 참고문헌 [9]와 달리 협소한 무선랜 중계기에 설치할 수 있도록 정사각형 구조로 설계하였으며, 고가의 이종 고주파 기판(Taconic RF-30과 Rogers 5870)을 접합한 구조가 아닌 일반 Flame Resistant 44(FR-4) 기판을 적층하여 설계하였다. 또, 동일한 직경의 단락핀을 사용한 참고문헌 [9]와 달리, 크기가 다른 단락핀을 사용하여 설계 자유도를 높였다. 단순히 안테나의 자체적 성능 검증에 그치지 않고, 제작된 안테나 샘플을 무선랜 중계기에 설치하고, 실제 무선인터넷 통신 환경에서 수신전력을 측정하여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였다.
Ⅱ. 안테나 설계
그림 2는 본 논문에서 제안하는 단락형 이중공진 패치 안테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 2의 위쪽 그림은 안테나 2개가 무랜선 중계기 위에 설치된 것으로, 2.4 GHz와 5 GHz 대역 모두에서 동작하는 2개의 이중공진 패치 안테나가 단일대역에서 동작하는 기존 4개의 모노폴 안테나(2.4 GHz 2개, 5 GHz 2개)를 대체하는 구상을 보여준다. 그림 2의 아래쪽 그림은 제안하는 패치 안테나의 설계 도면으로, 4층 FR-4 PCB 기판으로 이루어진 안테나를 위와 옆에서 본 것이다. 맨 위층(1층)에는 한변의 폭이 LTI인 정사각형 패치와 폭이 LTO인 정사각형 링(ring)이 존재한다. 패치와 링은 gap만큼 이격되어 있다. 이렇게 패치와 링이 전파적으로 연동되는 구조(coupled structure)를 통해 5 GHz의 넓은 대역폭(5.15∼5.82 GHz)의 임피던스 정합을 꾀할 수 있다[6]. PCB의 2층은 비어있으며, 3층에는 2.4 GHz 대역(2.4∼2.48 GHz) 동작을 위한 폭 LM의 중간 패치(middle patch)가 존재한다. 3층의 중간 패치는 단락핀을 통해 폭 LG의 4층 접지면(ground)과 연결되어 있다. 이를 통해 서론에서 언급한 모노폴과 같은 무지향성 방사패턴을 유도하고 패치 크기를 소형화할 수 있다[9]. 안테나는 접지면에 있는 동축 커넥터로부터 급전된다. 동축 커넥터의 내심이 안테나 중간을 뚫고 올라가 1층 패치와 직접 연결되는 반면, 3층의 중간 패치와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내심이 지나가는 주위에 직경 0.3 mm의 clearance를 두어 중간 패치가 전파 연동에 의해 급전되는 구조이다.
안테나 설계 및 최적화는 3차원 전자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Ansys사의 HFSS®를 사용하였다. 표 1은 최적화된 안테나의 파라미터를 보여준다. 안테나의 전체 높이는 H=9.6 mm로, 두께 3.2T FR-4 기판 3개가 적층된 것이다. 시뮬레이션에서 FR-4의 비유전율(ϵr)과 손실탄젠트(tanδ)는 각각 4.4와 0.02로 설정하였다. 총 20개의 단락핀(via)이 사각형 모양으로 중간 패치와 접지면을 연결하고 있으며, 패치 중간에 위치한 단락핀 6개는 직경이 0.6 T, 꼭지점 근처에 위치한 단락핀 12개는 직경이 0.4 T이다.
Parameter | Value |
---|---|
LG | 92 mm |
LM | 80 mm |
LTO | 62 mm |
LTI | 34.8 mm |
H | 9.6 mm |
gap | 0.3 mm |
# of 0.6T vias | 8 ea |
# of 0.4T vias | 12 ea |
그림 3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계산한 안테나의 반사계수(S11)이다. 2∼7 GHz 대역의 반사계수를 dB 단위로 보여주고 있으며, 점선은 임피던스 부정합에 의해 안테나에 입력된 파워가 10 % 반사되는 S11=−10 dB 기준을 나타낸다. 음영으로 하이라이트된 목표 주파수 대역 2.4∼2.48 GHz와 5.15∼5.82 GHz에서 S11<−10 dB를 만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4는 안테나 방사패턴의 시뮬레이션 계산값을 도식화한 것이다. 그림 4(a)와 그림 4(b)는 각각 최저와 최고 주파수인 2.4 GHz와 5.8 GHz에서의 3D 방사패턴으로 모노폴과 유사한 무지향성 특성을 보임을 알 수 있다. 각 주파수의 최대실효이득(peak realized gain)은 2.8 dBi와 5.8 dBi로, 접지면의 영향으로 주파수가 올라감에 따라 위쪽 방향으로 더 방사가 이루어짐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림 4(c)는 2.4, 5.3, 5.8 GHz의 방위각(azimuth angle)에 따른 2D 방사패턴이다. 즉, 3D 방사패턴을 위에서 바라본 것으로 2.4 GHz 대역은 마름모 형상, 5 GHz 대역은 클로버 형상의 방사패턴을 보임을 알 수 있다.
Ⅲ. 안테나 샘플 제작 및 튜닝
최적화된 안테나 설계 도면을 기반으로 안테나 샘플을 제작하였다. 그림 5(a)와 그림 5(b)는 제작된 안테나의 앞면(패치와 링)과 뒷면(접지면)을 보여주고 있다. 앞면의 사각 패치와 사각 링사이에 0.33 mm gap이 존재한다. 뒷면 중심에는 sub-miniature A(SMA) 동축 커넥터가 있으며, 접지면과 중간 패치를 연결하는 12개의 단락핀이 보인다. 그림 5(c)는 제작된 안테나를 옆에서 본 것으로, 3.2 T FR-4 기판 3개가 적층된 모습이다.
제작된 안테나 샘플 4개에 대한 반사계수 측정 결과가 그림 6에 나타나 있다. 그림 6(a)와 그림 6(b)는 2.4 GHz와 5 GHz 대역의 반사계수로, 샘플에 따른 편차가 크지 않지만 공진주파수가 예상보다 높은 대역에 형성되면서 목표주파수 대역인 2.4∼2.48 GHz와 5.15∼5.82 GHz에서 S11<−10 dB를 만족하지 못한다. 이런 차이는 3개의 FR-4 PCB를 접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제작공차 및 FR-4의 실제 물성과 시뮬레이션에 입력한 물성의 차이 때문으로 판단된다. 시뮬레이션 모델의 기판 물성을 바꾸면서 반사계수를 계산한 결과, 비유전율이 4.4가 아닌 4.2일 때, 측정값과 근접함을 관찰할 수 있었다. FR-4 기판의 비유전율은 제작에 사용한 수지(resin)의 종류와 유리섬유(fiber glass)의 직물구조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질 수 있다. FR-4 물성을 측정한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GHz 대역에서의 비유전율 실측정값이 4.2∼4.3으로 흔히 알고 있는 4.4보다 낮다[10].
안테나 샘플의 공진주파수를 튜닝하기 위해 1층 사각 링의 폭을 구리 테이프를 사용하여 넓혀 보았다. 그림 7은 중심부에서 사각 링의 최외곽 모서리까지의 거리 d를 변화시켜가며 반사계수를 측정한 그래프이다. 그림 7(a)에서 볼 수 있듯이, 2.4 GHz 대역에서는 d가 증가함에 따라 안테나의 공진주파수가 점점 낮아짐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2.4 GHz 대역의 전류가 사각 링의 모서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d=62 mm일 때, 목표 주파수 대역인 2.4∼2.48 GHz에서 S11<−10 dB의 성능을 보인다. 반면, 그림 7(b)에 나타난 5 GHz 대역 반사계수 측정값의 경우, d의 변화에 따라 공진주파수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는 안테나의 5 GHz 대역 성능이 사각 링이 아닌 사각 패치의 크기와 gap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9].
Ⅳ. 튜닝된 안테나 샘플의 측정
그림 8은 구리 테이프를 이용하여 튜닝된 안테나의 반사계수 측정값과 시뮬레이션값을 비교한 그래프이다. 시뮬레이션의 경우, 구리 테이프로 인해 폭이 넓어진 사각 링 구조(d=62 mm)를 반영하고, 기판(FR-4)의 비유전율을 4.4에서 4.2로 수정한 결과이다. 측정값과 시뮬레이션값이 2.4 GHz 대역(그림 8[a])와 5 GHz 대역(그림 8[b])에서 잘 일치함을 볼 수 있다. Ⅲ장에서 언급했듯이 구리 테이프 튜닝 후에도 5.15∼5.35 GHz에서 불만족스러운 반사계수를 보인다. 이 안테나 샘플을 무선랜 중계기에 결합하여 수신전력을 측정한 결과, 높은 반사계수로 인해 5.15∼5.35 GHz 대역의 수신전력이 열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테나를 무선랜 중계기와 결합하기에 앞서 튜닝된 안테나의 방사패턴을 무반향실(anechoic chamber)에서 측정하였다. 그림 9는 안테나 샘플이 무방향실 내에 설치된 사진으로, 회전 가능한 거치대의 앞쪽에 부착된 피측정 안테나 샘플이 반대편의 측정용 안테나를 마주 하고 있다. 케이블로 급전된 안테나 샘플이 회전하면서 특정 각도에서 방사하는 전력을 측정용 안테나에서 수집하여 기록한다.
그림 10은 수신된 방사전력을 안테나 이득으로 변환한 3차원 방사패턴 그래프이다. 그림 10(a)와 그림 10(b)는 각각 2.4 GHz와 5.8 GHz에서 측정된 방사패턴으로 그림 4의 시뮬레이션 방사패턴과 형상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2.4 GHz와 5.8 GHz에서의 최대실효이득 측정값은 2.8 dBi와 5.1 dBi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산된 값인 2.8 dBi와 5.7 dBi와 비교하면 2.4 GHz는 동일하나, 5.8 GHz는 0.66 dB 낮은 값을 보였다. 이는 5 GHz 대역의 주요 방사체인 1층 패치가 무전해니켈-금 도금(electroless nickel immersion gold, ENIG) 처리되어 추가적 전파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방사성능 측정이 마무리된 안테나 샘플을 무선랜 중계기와 결합하여 실제 무선인터넷 환경에서 수신된 전력을 측정해 보았다. 그림 11(a)는 무선랜 중계기 위에 설치된 안테나를 보여준다. 기존 4개의 단일대역 동작 모노폴 안테나를 2개의 이중대역 동작 평판형 안테나로 대체한 것이다. 수신전력 측정은 무선인터넷 성능 비교 프로그램인 NetSpot[11]을 이용하였다. 그림 11(b)는 NetSpot의 구동화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무선랜 각 채널별 수신전력을 시간에 따라 모니터링할 수 있다.
표 2는 동일한 실내 무선인터넷 환경에서 중계기가 수신한 전력의 세기를 채널별로 측정한 것이다. 각 채널의 주파수는 두 번째 열에 표기되어 있다. 제안한 안테나의 2.4 GHz 대역과 5 GHz 대역 평균 수신 전력은 각각 −19.6 dBm(−22∼−18 dBm)과 −34.5 dBm(−42∼−29 dBm)이다. 기존의 모노폴을 사용했을 때 평균 수신 전력이 각각 −21.6 dBm(−23∼−20 dBm)과 −32.1 dBm(−34 ∼−28 dBm)인 것과 비교하면 제안한 안테나가 2.4 GHz 대역에서는 우수한 성능을, 5 GHz 대역에서는 열화된 성능을 보인다. 특히, 반사계수가 큰 대역인 5.15∼5.35 GHz에 속하는 채널 36과 52의 경우 수신전력이 각각 −36과 −42 dBm으로, 안테나의 임피던스 정합이 통신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큼을 알 수 있다. 5.15∼5.35 GHz 대역의 부족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본 실험을 통해 제안한 안테나의 무선랜 중계기 적용 가능성을 실증하였다.
Ⅴ. 결 론
본 논문의 안테나는 무선랜 중계기로부터 돌출된 모노폴 안테나를 소형화 및 내장화하고자 하는 동기에 의해 설계되었다. 일반적인 평판형 안테나가 접지면의 영향으로 기판에 수직인 방향으로 대부분의 전파에너지를 방사하는 반면, 본 논문의 단락형 패치 안테나는 평판형임에도 무지향성 방사패턴을 보인다. 기존 논문에서 소개된 단락형 패치 안테나와 달리 상용 FR-4 기판을 적층하고 무선랜 중계기 기구물에 맞게 설계하여 실용성과 제작 용이성을 제고하였다. 3차원 전자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설계안을 도출하였고, 안테나 샘플 제작, 튜닝, 측정을 통해 응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설계한 안테나가 무선랜 중계기뿐만 아니라, 모노폴 안테나가 주로 사용되는 통신기기, 차량, 건물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