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국내외에서 사용되는 전자기 펄스(Electromagnetic Pulse: EMP) 공격은 강력한 전자기파를 통해 일정 범위 내에 존재하는 다수의 전자기기에 전자기적인 충격을 주어 오작동과 기기의 고장을 유발하므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국가적, 군사적 주요 시설물로 여겨지는 곳에서는 EMP에 대응하는 차폐 시설의 설계 및 시공이 필요하며, 건축물의 경우 EMP 보호 방안으로 배기 및 배수관, 창문과 같은 개구부에 대하여 전자기적 차폐시설을 포함하여 설계한다[1].
국내 건축 분야에 사용되는 차폐시설들은 MIL-STD-188-125-1&2에 명시된 미 국방 표준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이 경우에 EMP 차폐정도를 파악하는 척도로 차폐 효과(Shielding Effectiveness: SE)가 사용된다. 규정에 명시된 차폐 효과 기준치를 만족하기 위해서 기존에 사용된 정화조의 배수관 내부에는 격자 형태 차폐 구조물이 설치될 수 있다. 이 때 차폐 효과 측정은 차폐 구조물 근처의 주입구와 배출구 사이의 전자기파 세기 비율로 계산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차폐 구조물이 추가 설계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설계는 전체 배수관 시스템에 대비하여 구간이 매우 좁기 때문에 일부 구간에서의 차폐 효과는 미시적인 분석이라는 의견이 함께 제시되고 있다. 또한 설치되는 차폐 구조물은 차폐 효과는 증가시키지만, 통과시켜야 하는 물 속 불순물이 배수관을 통과하기 어려워 배수관 본연의 기능을 잃게 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배수관 내부 차폐 구조물을 설치하는 구조 대신 물 자체로의 전자기장 감쇠 특성을 이용, 배수관 끝부분을 일정 깊이만큼 정화조 안의 물속에 잠기도록 구조를 설정하여 분석하였으며, 제안된 구조만으로 추가적인 차폐 구조물 없이 차폐 효과 기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음을 3차원 전자파 해석을 통하여 입증하였다.
Ⅱ. 물의 감쇠 특성 분석
기존 배수관 내부에 차폐 구조물이 포함된 구조는 차폐측면으로 볼 때 기준치를 충분히 만족한다. 하지만 정화조에 사용되는 배수관의 경우에는 물과 함께 통과하는 불순물들이 차폐 구조물에 걸려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물의 전자기파 감쇠 특성을 고려하여 차폐 구조물을 제거한 배수관 구조를 사용하여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차폐 효과 기준치를 충족시키는 설계방법을 제안한다.
먼저 제안된 배수관의 차폐 효과를 계산하기 전에, 물의 감쇠특성을 분석하였다. 감쇠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된 물은 상온에서의 Cole-cole 기법으로 모델링했으며, 그림 1에서 물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실선은 물의 손실 탄젠트를 나타내며, 점선은 유전율의 실수 값을 의미한다. 그림 1에서처럼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손실 효과가 빠르게 증가하며, 이는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전자기파가 물을 투과하기 어려워지는 특성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공기에서 물로 투과 시, 투과되는 길이에 따른 차폐 효과를 다음과 같이 수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식 (1)은 전자기파가 공기로부터 입사되어 임의의 매질을 통과할 때 얻을 수 있는 차폐 방정식이다[2].
여기서 T는 투과계수를, α와 β는 감쇠 및 전파상수를 나타내며, L은 전자기파의 투과길이를 나타낸다. 물은 고주파일수록 손실이 커지는 물질이므로, 이를 통해 주파수가 높아짐에 따라 식 (1)의 감쇠상수 α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전자기파가 동일한 거리를 진행할 때, 저주파 성분에 비해 고주파 성분에서 감쇠가 크다. 또한 투과길이 L이 증가할수록 식 (1)의 값이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는 공기에서 물로 투과 시, 투과길이 L이 400 mm, 600 mm, 800 mm 일 때 각각의 차폐 효과 또는 감쇠의 정도를 보여준다. 즉, 주파수가 5 GHz 이상으로 올라가면 수십 cm의 물을 통과하면서 수 십 dB의 손실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Ⅲ. 제안된 배수관 구조 시뮬레이션 결과 비교
3장에서는 일정 깊이가 정화조 물에 잠긴 배수관에 대하여 외부 전자기파 입사 시, 내부로 도달하는 전자기파를 3차원 전자기 해석 도구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배수관 시뮬레이션 구조는 그림 3과 같다. 직경 D를 100 mm로 고정하고, 전기장의 반사가 적도록 물의 옆면과 밑면에 radiation 경계조건을 적용하였다. 배수관이 정화조 물에 잠기는 깊이 L을 변화시키면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였다. 이 때, 배수관의 공기 부분은 도체로 막아 외부 전자기파는 오직 물을 통해서만 배수관 내부로 유입되도록 설정하였다. 외부에서 발생된 전자기파는 수직 입사하는 전기장으로 1 V/m의 선형 편파된 평면파로 설정하였다. 발생된 전자기파는 정화조 물 속을 투과하는 순간부터 감쇠가 일어나게 되며, 이 때 전자기파는 물 속 길이 L을 지나 관 끝부분에서 산란된 전자기파만이 배수관 내부로 유입된다. 따라서 외부에서 입사된 전자기파는 2L만큼의 감쇠 효과를 겪게 된다. 그림 4를 통해 감쇠된 외부 전자기파가 배수관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는 제안된 구조의 수직 단면으로, 각 영역에서의 전자기파의 세기 변화를 보여준다. 그림 5는 관측지점에서 정화조 물에 잠기는 길이 L을 200 mm 간격으로 증가시켰을 때의 차폐 효과를 보여준다. 2장의 수식적 분석과 동일하게 물에 잠기는 길이 L이 일정할 경우 고주파로 갈수록 감쇠가 크게 나타나며, L이 증가할수록 투과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감쇠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또한 물에 잠기는 길이 L이 작을 경우, 저주파 영역에서 차폐 효과 결과가 진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공기와 수면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중 반사 효과로 인해 주파수에 따라 차폐 효과가 약간씩 변화하는 현상이다. 다중 반사효과는 물에 잠기는 길이 L이 증가하거나 주파수 영역이 높아질수록 줄어든다. 하지만 차폐 효과 값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 2장과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실제 구조물에서는 길이 2L의 감쇠 효과와 배수관 끝부분에서의 산란된 전자기파만이 배수관 내부로 유입되기 때문에 그림 2와 비교 시 같은 주파수 영역에서 2배 정도의 차폐 효과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에서 고주파 영역은 물의 손실 탄젠트에 의해 차폐 효과가 높아지지만, 원형 도파관의 차단 주파수가 물에서는 공기에 비해 대략 1/9이 되므로 직경이 100 mm인 경우 차단 주파수 0.2 GHz 이후로는 전자기파가 투과된다[3]. 따라서 상대적으로 낮은 주파수 영역인 0.5~1 GHz 사이에서 차폐 효과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주파수 범위에서는 배수관 내부가 공기인 영역을 투과하면서 추가적인 차폐가 이루어진다. 물에 잠긴 길이 L을 600 mm로 고정하고, 수면 바로 위부터 공기로 이루어진 부분을 100 mm 투과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그림 6과 같다. 그림 6의 ‘Air’ 곡선은 길이 L 내부 매질을 모두 공기로 설정했을 때 결과이다. 물의 특성만으로는 낮은 주파수에서 80 dB에 미치지 못했던 차폐 효과가 공기로 이루어진 배수관 내부를 투과하면서 주파수 전 영역에서 만족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시뮬레이션 조건에서 L이 400 mm와 800 mm일 때 차폐 효과는 약 91 dB, 112 dB이므로 차폐 구조물이 없는 배수관 설계 시 직경 100 mm, 수중 배수관 길이 600 mm를 가이드라인으로 잡고 설계를 진행할 수 있다.
Ⅳ. 결 론
본 논문에서는 물의 전자기장 감쇠 특성을 고려한 정화조 배수관 구조를 제안하였다. 표준 차폐 효과 기준치를 만족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되는 배수관 차폐 구조물은 EMP 차폐 측면에서는 문제점이 없다. 하지만 물과 함께 수로를 통과해야하는 불순물이 차폐 구조물에 쌓여 물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제안된 배수관 구조는 별도의 차폐 구조물 설치가 불필요하며, 차폐 효과 기준치 80 dB 또한 만족시킬 수 있음을 이론적 수식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검증하였다. 따라서 건축 분야의 EMP 차폐 설계에 있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