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고용량 데이터 전달을 위한 데이터 전송 속도의 증가 요구 및 수요에 맞춰 기존 RF/Micro wave 주파수에 비해 높은 주파수를 갖는 광(light)을 이용한 새로운 통신 시스템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이러한 광통신 시스템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이를 위한 광통신망 관련 부품 개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중 광 결합기(coupler)는 신호를 분배하고 결합하는 광통신의 핵심 소자로서, 광신호의 분기, 합성, 합성 및 분기, 파장 분할 다중화(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 WDM)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 및 이용된다. 광 결합기를 제작하기 위한 방법에는 미세 공정 장비를 이용해 금속 패터닝(patterning)과 광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금속 제거 방법 등의 과정을 거쳐 평면 도파로의 광 회로를 구현하는 방법이 있으며, 또 다른 방법으로는 광섬유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광섬유를 이용하여 방향성 결합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빛이 지나다니는 광섬유 중심으로부터 직경 10 μm까지의 코어(core) 영역 일부와 코어 외부를 두껍게 감싸고 있는 직경 125 μm까지의 클래딩(cladding) 영역이 제거된 테이퍼드 형태의 광섬유(Tapered Optical Fiber: TOF)를 제작하여 소멸파(evanescent field)를 생성한 뒤 광 결합(coupling)시켜야 한다. 현재까지 많은 그룹에서 테이퍼드 형태의 광섬유 제작 방법을 제안하였고 연구되었다. 그중에서 제작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을 지을 수 있다. 먼저, 두 개 이상의 광섬유를 가까이 접합시켜 열원을 이용하여 광섬유를 녹인 뒤 서서히 늘리는 방법은 제작 시간이 10분 내외로 매우 짧으며, 최종 삽입 손실이 0.1 dB/mm 미만으로 상당히 우수하다[1],[2]는 점이 주목할 만하지만, 광섬유를 녹이기 위해 이산화탄소(CO2) 레이저, 불꽃(flame) 또는 마이크로 히터(microheater)와 같은 열원이 필요하며, 녹은 광섬유를 양 옆으로 당기기 위한 자동화된 시편 받침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광섬유의 클래딩 영역을 마멸하여 물리적으로 깎아낸 뒤 두 개의 광섬유를 접합시켜 결합을 하는 방법이 있다[3]. 이 방법의 경우에는 디형(D-shaped) 광섬유로 마멸하여 접합하기 때문에 2×2 이상의 결합기는 제작하기 쉽지 않은 단점 이 있으며, 이 방법 또한 클래딩의 마멸을 위한 연마판 및 굴절률 대조 홈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 방법으로는 실리카(silica)로 구성된 광섬유의 플루오린화 수소산(Hydrogen Fluoride: HF) 화학 반응을 이용하여 광섬유를 식각(etching)하는 방법이다[4]. 이 방법의 경우에는 HF용액만 있으면 된다는 간편한 제작 방법이 장점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광섬유의 빠른 식각에 의해 주름이 생겨 표면에서의 매우 큰 산란 손실(scattering loss)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5]. 이러한 손실을 없애기 위해 2010년 토론토 대학의 Joyce Poon 교수팀이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HF(49 %) 방울과 표면장력을 이용한 광섬유의 식각을 통해 1 μm 미만의 직경에서 매우 매끄럽고 주름이 없는 테이퍼드 형태의 광섬유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6].
본 연구에서는 복잡하고 큰 비용이 필요한 제작 과정 없이 두 개 이상의 광섬유를 서로 접합시켜 HF 방울과 표면장력을 이용해 식각하여 제작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광섬유형 방향성 결합기 공정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방법은 초과 삽입 손실(excess insertion loss)이 0.4 dB 미만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이며, 광 커플 비율을 광섬유 식각 과정 중에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제안한 제작 방법의 큰 장점이다.
Ⅱ. 광섬유형 방향성 결합기 제작
광섬유의 식각비(etch rate)을 측정하기 위해, 그림 1(a)와 같이 Corning사의 SMF-28 직경 125 μm 단일모드 광섬유(Single-Mode optical Fiber: SMF) 외부를 감싸고 있는 여러 겹의 피복들을 스트리퍼(stripper)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제거하면 플라스틱의 잔해물이 남아있게 된다. 이러한 상태로 바로 식각할 경우 주름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아세톤과 아이소프로필알코올(isopropyl alcohol: IPA)을 이용해 화학적으로 제거하면 그림 1(b)와 같이 잔해가 없는 깨끗한 표면을 확인할 수 있다.
식각비 측정 실험 온도는 22±0.5°C를 유지하며, 그림 2(a)와 같이 피펫(pipette)을 이용해 200 μL의 HF 방울을 HF에 부식이 없고, 소수성의 성질을 갖고 있는 페트리 디시(petri dish)위에 형성한 뒤, 준비된 광섬유 한 가닥을 준비된 HF 방울에 담근다. HF 방울과 광섬유 접촉면에 메니스커스(meniscus) 영역이 생기게 되고, 식각 시간이 흐르면서 이 영역에서부터 마이크로 사이즈의 HF 방울이 광섬유와 HF 방울이 형성되어 마란고니 효과에 의해 광섬유를 타고 양 옆으로 퍼지게 된다. 마란고니 효과는 HF의 증발율과 표면장력의 상관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현상[7]으로 본 실험의 저 손실(low loss) 테이퍼드 광섬유 제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간에 따른 웨이스트 직경(waist diameter)를 통해 측정된 식각비를 그림 2(b)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HF 방울의 식각비는 직경-식각 시간의 기울기의 절반 값인 약 0.434 μm/min인 것을 알 수 있으나, 시간에 따라 크게 감소하게 된다. 이는 200 μL의 HF 방울 용액 내에 식각에 영향을 주는 한정된 HF와 HF2−의 양 때문에 식각 시간이 지나면서 두 성분의 농도가 점차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8]. 그렇기 때문에 본 논문에서는 실시간 광 출력을 모니터링하면서 간접적으로 식각된 광섬유의 직경을 예측하였다.
그림 2의 결과를 통해 200 μL의 HF(49 %) 방울을 이용하여 광섬유를 식각할 경우, 대략 100분 정도에서 광섬유 직경이 20 μm 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3(a)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직경 125 μm에서 약 30 μm까지 식각되는 동안 광섬유 외부로 진행하는 기본 모드(fundamental mode)의 소멸파의 비율은 약 0이고, HF 방울에 의해 식각되어 직경이 감소하면서 소멸파의 비율이 조금씩 증가하게 된다.
그림 3(b)처럼 광섬유 직경이 약 20 μm 일 경우, 유한요소법(Finite Element Method: FEM) 전산모사 방법의 결과에 의해 약 0.0045 %의 비율이 소멸파로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광섬유의 직경이 약 8.3 μm일 때 0.53 %에서 1 μm일 때 74.9 %까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4(a)와 같이 광섬유형 방향성 결합기를 제작하기 위해 1,550 nm 파장에서의 단일모드 광섬유 두 가닥을 준비한 뒤 서로를 약 3 cm 내에서 3회 가량 꼬아 단단히 고정한다. 이때, 두 광섬유를 너무 많이 꼬면 전반사의 조건이 깨지게 되어 구부림 손실이 심하게 생기게 되고, 조금 꼬면 두 광섬유의 접합의 안정도가 떨어지게 된다. 고정시킨 광섬유 두 가닥을 피펫을 이용해 그림 3(a)와 같이 미리 형성해 둔 HF 방울 200 μL에 담가 SMF A에 1,550 nm 파장, 1 mW를 가한 뒤 광 검출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Output A와 Output B를 동시에 관측한다. 그림 3(c)와 같이 식각 초반에는 클래딩이 125 μm의 직경으로 매우 두껍기 때문에 소멸파가 매우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Input A의 광 파워가 SMF B로 결합되지 않는다.
그림 4의 제작 결과는 그림 5(a)와 같이 HF 방울에 담긴 광섬유 영역이 가늘어지며, 시간에 따라 그림 5(b)와 같이 Output A(검은색)와 Output B(붉은색)가 기록된다. 클래딩 영역이 약 20 μm 미만이 되는 약 95분부터 Output B에서의 광 파워 전달이 관측되기 시작하며, 약 100분부터 Output A와 Output B의 합(파란색)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즉, 광섬유 직경이 감소하면서 SMF A와 SMF B사이에서 결합 현상이 발생하며 동시에 광 파워 일부가 주변 용액에 흡수되어 손실이 발생한다. 시간에 따라 Output A와 Output B의 진동이 일어나는 이유는 HF 방울에 의해 두 광섬유의 고정된 결합 가능 길이 3 cm 내에서 파워의 100 % 전달에 필요한 결합 길이(coupling length, Lc)가 계속해서 짧아지게 되는데, Lc가 3 cm의 양의 정수의 역수배가 될 때마다 정점(peak)이 발생하게 된다. 즉, 각 정점에서 Output A와 Output B에서 각각 흡수 및 산란 손실을 제외한 100 % 광 파워가 검출된다는 뜻이다. 광 파워가 SMF A와 SMF B 사이를 오고 가면서 두 광섬유 사이에서 다양한 결합 비를 갖게 된다. 약 110분 동안 식각 과정 중에 광 파워가 끊기지 않고 계속 검출되었다는 것으로 비춰봤을 때, 두 광섬유가 습식 식각 과정 동안 두 광섬유 사이에 판데르 발스(Van der Waals) 힘과 정전기적 인력(electrostatic attraction)이 작용하여 두 광섬유는 계속해서 잘 접촉해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림 5(b)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약 110분에서 Output A와 Output B의 합이 0이 되었는데, 이는 제작 된 커플러의 중간 부분에서 광섬유 직경이 0이 되면서 끊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식각 용액에서 두 광섬유를 꺼내 탈이온수(deionized water: DI water)를 이용해 세척한 뒤 광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을 이용해 그림 6(a)와 같이 끊어진 영역 바로 옆 가장 가는 부분인 웨이스트 영역과 그림 6(b)와 같이 직경의 변화가 보이는 테이퍼드 영역을 촬영하였다.
그림 2(a)에서와 같이 시간에 따라 미세한 HF 방울이 광섬유를 타고 양 옆으로 퍼지게 된다. 이는 HF의 증발률이 물보다 크기 때문인데, HF 기체를 물에 녹인 휘발성 불산 속에서 HF의 증발이 많이 될수록 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표면 장력이 커지게 되어 시간이 갈수록 HF의 농도가 낮은 미세 방울이 광섬유를 타고 양 옆으로 퍼지면서 광섬유를 식각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주름이 없이 매끈한 테이퍼드 영역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낮은 산란 손실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마란고니 효과로 설명할 수 있으며, 그림 2(a)의 한 가닥의 광섬유뿐만 아니라, 두 가닥 이상의 광섬유를 꼬아 식각할 경우에도 마란고니 효과를 그림 6(b)와 같이 기대할 수 있다.
그림 5(b)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결합이 이뤄지기 시작하는 약 95분부터 끊어지기 직전인 약 110분까지 두 광섬유 사이에서 다양한 결합 비를 갖게 된다. 이러한 결합 특성을 이용하면 원하는 결합비를 손 쉽게 얻을 수 있다. 의도된 결합비를 얻기 위해 새로운 광섬유 두 가닥을 준비한 뒤 HF 방울을 이용해 식각하며, 모니터링 되는 Output A와 Output B를 그림 7(a)와 같이 실시간으로 관측하였다. 두 측정값이 약 0.47 mW로 같아지는 약 95분에서 두 광섬유를 꺼낸 뒤 탈이온수로 세척하였다. 건조 후 Output A와 Output B는 각각 0.78 mW와 0.14 mW로 관측되었다. 이는 광섬유의 식각된 가장 얇은 직경의 웨이스트 부분에서 결합이 일어나게 되는데 물에서 공기로 주변 매질이 변하면서 두 광섬유 사이의 광 모드 겹침(mode overlap)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제작된 광섬유형 방향성 결합기의 파장 특성을 보기 위해 파장 가변 레이저(tunable laser)를 이용하여 출력 스펙트럼(spectrum)을 관측하였다. 스펙트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1,520 nm부터 1,600 nm까지 Output A는 약 0.175 mW의 변화가 있고, Output B는 약 0.026 mW의 변화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제작 결과물의 테이퍼드 형태인 아디아바틱한 구조에 따라 파장 의존성 감소에 의한 것으로 예상된다[9]. 본 실험에서 측정한 파장 무 의존성 결과는 평범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방향성 결합기에 비해 우수하며,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 립 도파관(rib waveguide)위에 제작된 커플러 결과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10].
Ⅲ. 결 론
본 논문에서는 HF 방울과 마란고니 효과만을 이용한 매우 간단하고 열원을 이용한 공정 방법보다 상대적으로 공정 장비 및 재료의 휴대성이 좋으며, 결합길이가 짧은 광섬유형 방향성 결합기 제작방법을 제안하였다. 제작과정 중에 원하는 결합비를 매우 손쉽게 조절할 수 있으며, 간편하다. 또한, 기존의 다양한 방법들에 비해 병렬적으로 방향성 결합기를 제작할 수 있으므로 대량 생산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제작된 광섬유형 방향성 결합기의 광 분기율을 살펴봤을 때, 물속에서 50:50, 공기 중에서 약 85:15로 광 분기를 일으키며, 최종 광 손실은 물속에서 약 0.27 dB, 공기 중에서 0.36 dB로 기존의 발표된 물리적 마멸 방법[11],[12]에 비하여 우수하며, 열원을 이용한 커플러 제작 방법에 비해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13],[14]. 하지만 이는 식각비가 낮은 용액을 이용하거나 및 결합기 제작 시 진동의 감소와 같은 다양한 제작 환경의 개선을 통해 앞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예상된다. 또한, 적외선 광 통신 영역인 C-밴드(1,530~1,565 nm)를 넘어 1,520 nm에서부터 1,600 nm까지 넓은 영역의 파장에서 광 분기 비율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에, 본 광섬유형 방향성 결합기 제작 방법은 앞으로 광통신에서 매우 유망하다고 예상할 수 있다.